[칼럼]김어준 시대가 저물고 있다

김경수 유죄 "김어준 시대 막을 내리는 상징적 사건

G스타저널 승인 2021.07.28 19:49 의견 0

[글=박한명]팟캐스트 방송 ‘나꼼수’가 한창 뜰 때 김어준의 ‘쫄지마 씨바’는 대중에겐 저항의 메시지로 들렸다.

권력자에 관해 언론과 주류 기득권이 마땅히 다뤄야 할 뉴스를 다루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불만 많은 대중이 ‘가카는 그럴 분이 아니’라며 쫄지마를 연발하는 ‘총수’의 입담은 예능을 넘어 어떤 진실을 알리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소수의 마니아를 거느린 김어준은 돈도 권력도 없는, 제 멋대로 사는 딴지총수에 불과했다. 물론 전혀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에겐 저급한 욕설을 남발하는 얄팍한 선동가에 불과했지만. 십여 년이 흘러 같은 입에서 나온 “개놈XX들 열받네”가 대중의 분노를 사는 이유는 김어준의 위치가 정반대가 돼 있기 때문이다.

딴지총수 시절 ‘쫄지마 씨바’는 하루하루 고된 삶을 사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을지 몰라도, 이제 천하를 호령하는 친문제국 당 대표급 위치에 올라 선 김어준의 “개놈XX들 열받네”는 더 이상 예능도 추리도 특종도 유머도 아닌 추태에 불과하다.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으로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대법원으로부터 징역2년을 선고받은 후 김어준이 방송에서 대법원 주심판사를 향해 뱉었다는 말 “개놈XX들 열받네”는 사실 김어준 답지 않은 말이었다.

특유의 질퍽한 농담과 대안서사, 추리 대신 너덜거리는 한 움큼의 진실을 토해냈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드루킹 사건의 발단은 김어준이었다.

2018년 2월 SBS 방송에 출연해 매크로 시범까지 직접 해보이며 댓글 조작 의혹을 제기한 게 그였다. “내가 이 사건을 최초로 공론화했다”고 스스로 의미 부여했다.

그 후 추미애 당시 민주당 대표가 합을 맞추면서 나섰고 사건 수사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적폐들의 난동이라 철썩같이 믿고 설마 자기들 편에서 댓글조작을 했을지 꿈에도 몰라 시작됐겠지만 검찰을 조지고 경찰을 호령하고 김명수를 통한 사법부 장악을 이룬 문재인 정권 위세가 시퍼렇게 살아있을 때 대법원 판결까지 난 사건이다.

어떤 변명도 할 수 없다는 건 누구보다 김어준이 잘 알 게다.

드루킹 부메랑 맞은 김어준

그러니 고작해야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는 공식적인 절차를 밟은 것이지 선거가 끝났다는 것은 모두가 다 알고 있었다” “왜 드루킹에게 가서 허접한 프로그램을 비밀리에 (시연하는 걸 봤겠냐)” “국정농단 재판에서 ‘정유라의 세마리 말은 뇌물이 아니다’라는 최순실의 말을 신뢰한 판사” “드루킹의 말을 신뢰한 결과를 내가 바꿀 힘은 없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김경수 지사의 진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 등 따위의 허접한 소리나 하고 있지 않은가.

재판 내용에 관해 디테일한 언급조차 못하는 게 김어준이다.

현실 부정하는 그들만의 대안적 서사조차 만들어내기 힘들만큼 법원의 논리가 촘촘하기 때문이다.

“개놈XX들 열받네”의 김어준의 감정은 그래서 진짜다.

친문 적자를 감옥에 넣어 정권재창출 시나리오까지 틀어버린 원흉이 자신이라는 자책감 말이다.

자기가 던진 부메랑을 받는 일은 천하의 김어준도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루 홈런을 기대하고 크게 휘둘렀다가 스윙 삼진 아웃되는 그런 허탈감과 분노의 표출 아닐까.

‘쫄지마 씨바’가 힘을 발휘했던 건 어찌됐든 권력자에 날을 세우고 대중에게 위로가 됐을 때지 그가 권력자여서가 아니었다.

대법원 판결까지 무시하고 욕설을 뱉을 만큼 권력의 위세를 자랑하는 김어준은 더 이상 매력적인 존재가 아니다.

그가 만든 대안적 서사, 허구적 서사의 힘도 그만큼 힘을 잃을 수밖에 없다. 대중은 “우리는 대단히 편파적이다.

그러나 편파적이 되는 과정은 대단히 공정하다”는 김어준의 말을 더 이상 신뢰하지 않는다. 결핍이 아닌 과잉의 김어준이 외치는 “덕 볼 생각 없이, 생겨먹은 대로, 담담하게 쫄지 마 정신”에 휘둘릴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나.

우리편은 무조건 무죄라는 권력자 김어준은 더 이상 매력이 없다.

김경수 유죄 판결, 이건 다른 의미에서 김어준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는 분명한 징후다.

저작권자 ⓒ G스타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